안녕하세요.
오늘 함께 나눌 주제는
십자가를 따르는 제자도입니다.
3일 남은 시간,
이 고요하고 무거운 주간 속에서,
여러분만의 깊은 묵상이 머물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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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과거의 제자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부르심이다. 그러나 이 길은 결코 쉽거나 편안하지 않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하나의 상징을 넘어, 실제적인 고난과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이름을 입에 담지만, 그분의 삶과 죽음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그는 한 사람의 영웅이나 종교 지도자로 소비되지만, 그의 길을 따르는 삶은 점점 더 낯설고 불편한 것으로 여겨진다. 예수의 이름이 적힌 슬로건은 넘쳐나지만, 그의 발자취를 좇는 제자의 삶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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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길은 바로 그 예수를 따라 걷는 삶이다.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으로 사는 것.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이야기인 자기를 부인하고, 손해를 감수하며, 기쁜 소식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삶이다. 십자가는 힘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과 희생의 가장 급진적인 표현이며, 하나님께서 친히 보여주신 생명의 길이다.
이 부르심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삶의 중심을 다시 정립하라는 부르심이다. 그리고 그 길은 여전히, 예수의 십자가를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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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나사렛 회당에서 이사야서의 말씀을 펴고 읽으셨다.
이사야61:1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눌린 자에게 해방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눅 4:18-19)
그리고는 담대히 선언하셨다. “이 말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 이 선포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세상의 질서를 흔드는 정의의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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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은 단지 종교적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가난한 자들이 빚에서 풀려나고, 억눌린 자들이 회복되는 하나님의 질서 회복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결코 개인 구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의 해방과 공동체의 회복이 그 복음의 본질에 포함되어 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어떠한가. 양극화와 불평등, 배제와 소외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우리의 복음은 여전히 해방의 외침으로 살아 있는가? 하나님 나라는 단지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이 아니라, 이 땅에서 정의와 자비로 나타나는 하나님의 현실이다.
예수께서 전하신 이 복음은, 누구도 잊히지 않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초대이다. 이 복음이 지금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를,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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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오른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39, 44)
이 말씀은 예수 당시에도 충격이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예수님의 삶이며, 그분을 따르는 이들의 길이다. 예수는 체포되셨을 때에도, 채찍에 맞으실 때에도, 조롱과 침뱉음을 당할 때에도, 폭력으로 맞서지 않으셨다. 그는 끝까지 사랑하셨고, 원수를 위해 기도하셨다.
이 가르침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폭력 구조를 뒤흔드는 하나님의 전복적 전략이다. 비폭력은 무기력이 아니라, 악을 이기는 능력이며, 예수께서 보여주신 진정한 승리의 방식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이 명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는 평화를 말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평화를 살아내는 사람인가. 진정한 제자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예수를 증언하는 자다.
예수의 사랑은 가장 낮고 어두운 자리에서 드러났다. 그 사랑은 지금도 우리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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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의 길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그 어리석음을 내 삶에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십자가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거꾸로 걷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다.
이 기억이 흐려지지 않기를. 이 길에서 물러서지 않기를.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선택하는 삶, 그곳에 하나님의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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